프랑스 서부 대서양에 위치한 작은 해변 도시 레 사블르 돌론. 매년 이곳은 대서양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오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6월 초인데도 더워진 날씨 때문일까 해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한 곳에서는 바다를 지키기 위한 법률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앙제 대학교 법과대학이 매년 주최하는 국제 해양법 박사과정생 교류 모임은 어느새 올해로 4번째가 되었다. 이 모임은 프랑스 전역에서 해양법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을 초청하여 서로 연구 과제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그리고 명망 있는 국제법 전문가들도 참석하여 예비 학자들에게 논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준다. 논문 심사와 같이 딱딱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아니기에 박사과정생들은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연구 주제를 발표할 수 있다. 박사과정생 발표회 외에도 국제법 전문가 세미나도 진행하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젊은 해양법 미래들의 대화
파리, 앙제, 낭트, 액상프로방스, 아미앵 등 프랑스 각지에서 온 젊은 해양법 박사과정생들. 주제도 매우 다양했다. 액상프로방스 대학의 메디 바셋 박사과정생은 ‘유엔해양법협약’ 상 필수적인 조치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였다. 해양 관할 영역에서 관할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의무에 대하여 정리하고 있다. 파리 변호사이자 앙제 대학교의 레나 킴 박사과정생은 해양법과 국제투자법의 관계로 연구 중이다. 계속해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해양 환경 분야에서 국제 투자법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미앵에 있는 피카르디 줄스 베르네스 대학의 아타나세 에사키 박사과정생은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 도서 국가의 영토가 받는 영향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해수면 상승은 실제로 다가오는 위협이며, 이는 해양 경계 설정뿐만 아니라 기후 난민이라는 인권법 차원에서도 새로운 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트-알자스 대학의 마르셀로 푸토르티 박사과정생은 누벨칼레도니에서의 프랑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하여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다. 누벨칼레도니는 프랑스 영토이지만 지위가 독립적인 상당히 특이한 곳이다. 중국의 해양 패권 장악력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외교에도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다른 박사과정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논문 주제를 발표하였다. 서로 같은 길을 걷는 그들은 해양에 대한 열정을 앞으로 계속 교류하기로 다짐했다.
국제법학계도 인정하는 해양환경 심각성
젊은 박사과정생들의 어찌 보면 서투를 수 있는 발표 이후, 찐 전문가들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 해는 해양환경과 해양법에 관한 주제였다. 역시 당면한 해양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법학계에서도 중요하게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액상프로방스 대학교의 파스칼 리카드 연구원은 지난 3일 체결 된 ‘유엔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생물다양성 협약’(이하 BBNJ)이 유럽연합과 프랑스에 주는 시사점으로 발표를 했다. BBNJ는 15년 만에 체결 된 역사적인 해양 환경보호 협약이다. 2014년부터 유엔 총회에서 공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협약까지 이를 수 있었다. 이번 협약에서는 국제해협에서의 해양환경영향평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 지원 등 현실 적용이 가능한 내용이 담겼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협약 적용이 과제가 많고, 불확실한 점이 있음을 비판했다. 이어서, 앞으로 이를 이행 할 수 있는 이행위원회와 모니터링 기구 창설, 국가 간 협약 강화 의무, 분쟁해결에 관한 조항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발표자로 참석한 파리 낭테르 대학교의 사샤 로빈 교수는 ‘해양에서의 보호 동물 종의 사고로 인한 포획 : 법적 및 현실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는 어업이 해양 동물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정지된 엔진으로 인해 심해저가 훼손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로빈 교수는 “쿼터제에도 불구하고 점점 어업 자원이 줄어들고, 해양의 산성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이는 연쇄 작용으로 어종의 멸종 위기까지 다가왔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과 프랑스 간 정치적 핑퐁 싸움 등으로 지지부진했지만 여러 법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점을 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해양법으로
대한민국을 현재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이다. 일본의 오염수 배출 안전성에 대하여 전문가마다 견해가 갈리고 있으며, 정치권, 학계, 어업인뿐만 아니라 국민들 간에도 이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논쟁으로 해양 환경에 대한 이슈가 주목받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유럽에서도 해양 환경에 대한 법적 접근이 계속해서 주목받는 만큼 현재 긴박한 해양 환경 보전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도 이러한 국제 협력과 법적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프랑스톡파원 > 글로벌환경리포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환경리포트] 프랑스, 50개 해상풍력발전 가즈아! 대한민국 전기 미래는? (2) | 2023.06.09 |
---|---|
[글로벌환경리포트] "북극 소멸" 포스텍 연구진 결과에 유럽 언론 충격 (0) | 2023.06.08 |
[글로벌환경리포트] 유엔 "지구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 플라스틱과의 싸움 시작한다..우리 정부도 적극 참여 (0) | 2023.06.07 |
[글로벌환경리포트] 더는 기후 ‘위기’가 아니다 ② : 프랑스 온도 +4℃ = 여름 온도 50℃ (0) | 2023.05.24 |
[글로벌환경리포트] 더는 기후 '위기'가 아니다 ① : 스페인 올리브가 사라졌다. (1) | 2023.05.22 |